GOOD TO GREAT : WILT가 GREAT하지 않은 이유 (부제 : 농구는 팀스포츠이다)
13
6848
2013-02-27 00:06:16
GOOD TO GREAT : 농구는 팀스포츠이다
초한지에서 유방이 한신을 새로이 대장군으로 임명하고, 그에게 가르침을 청합니다.
그러자 한신이 묻습니다.
“지금 천하의 패권을 함께 다투는 사람은 항우이지 않습니까?”
“그렇소”
“그렇다면 대왕께서는 용감하고, 사나우며, 어질고, 강한 점에서 항우와 비교하여 누가 낫다고 생각하십니까?”
유방이 한참 생각하더니 대답합니다.
“내가 부족하오”
한신이 이에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저 또한 대왕께서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의 밑에 있어봤기에 그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가 화를 내며 큰 소리로 말하면 천 사람이라도 모두 엎드릴 정도이지만,
부하를 믿고 군대를 맡기지 못합니다. 이는 다만 필부의 용기입니다.
또한 그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겸손하고 자애로우며 부드럽습니다. 누가 아파하면 눈물을 흘리며 음식을 나눠줄 정도입니다.
그러나 부하가 공을 이루어 상과 벼슬을 내려야 할때가 되면 항상 머뭇거립니다.
그러니 지금 그가 비록 패자라 할지라도 이미 천하의 인심을 잃고 있는 것입니다.
대왕께서 이와 반대로 천하의 인재들에게 믿고 맡긴다면 무엇을 못 이루겠습니까?”
(사기 1권 - 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 - 한신 편, 사마천 지음, 김진역 편역)
저는 이 일화가 농구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항우에 해당하는 사람이 정확히 윌트 체임벌린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글에 썼듯이 좋음(good)을 넘어 위대함(great)으로 가기 위해서는 실력만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특히나 농구라는 팀스포츠에서 위대함이란 무적(無敵, INVINCIBILITY)의 개념이며,
이는 위대한 개인이 위대한 팀을 이끌 때 비로소 달성가능한 것이라 믿습니다.
오늘은 작정하고 윌트를 깎아내리고자 합니다.
매니아에서도 높이 평가되고 있는 그의 STAT의 허상에 문제제기를 하고 싶습니다.
농구는 STAT이 아니라, WINNING으로 평가받음이 합당하기 때문입니다.
1. RONDO와의 대화 : WILT와의 비교
위 일화의 얼개를 그대로 WILT에게 적용해보겠습니다.
주인공은 팬심 담아 건강한 복귀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라존 론도로 해보겠습니다.
[왜 갑자기 나를??]
[그냥 너가 좋아서]
“한 때 농구계의 스탯이란 스탯은 모두 긁어모은 사람이 WILT이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론도께서는 공항에서 접근하기 편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인터뷰를 할 때나 토크쇼를 할 때 친절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돈을 아끼지 않는 관대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WILT와 비교하여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하십니까?”
RONDO는 아마도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내가 (조금) 미치지 못하오”
그럼 저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는 팀메이트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는 언제나 공을 독점하며, 득점을 올리는데만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그는 14년 동안 자그마치 9명의 감독과 함께 플레이했는데 언제나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습니다.
그 와중에 단 두명하고만 그럭저럭 지냈는데, 그 중에 Frank Mcguire는 그에게 100 득점 경기를 하게 할 정도로 그에게 그가 원하는 만큼 슛을 쏘게 해줬기 때문이며, Alex Hannum은 그와 싸워서라도 그에게 말귀를 알아먹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는 언론에서 그의 라이벌들을 깎아내리는 것을 즐겼습니다.
게다가 그는 팀메이트들하고 여행을 전혀 다닌 적도 없습니다.
론도 당신은 지난 오프 시즌에 팀메이트들과 여행도 다녀오지 않았습니까?
그는 팀메이트, 감독보다 항상 우대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통제불능의 사나이일뿐입니다.
그는 팀메이트로부터도, 감독으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했고, 결국 ‘승리’에게 버림받은 것입니다.
만약 론도 당신께서 팀메이트들과 합심하여 우승을 향해 달려나간다면 2008의 영광이 다시오지 말란 법이 있겠습니까?”
레이커스가 WILT를 영입하고자 할 때 선수들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를 했다고 합니다.
“WILT를 원하냐?”
2명의 찬성과 9명의 반대.
이것이 WILT의 모습입니다.
[나랑 싸우자는 건가?]
2. WILT에 대한 평가
그러나 이렇게만 적어놓고보면 왠지 너무 작성자 주관인 것 같아, 다른 선수들의 평가를 적습니다.
RICK BARRY : 나는 대부분의 선수가 WILT가 루저라고 생각한다는 점을 말할 수 있다. 그는 빅 게임에 최악이다. 그는 질 줄 알고 있었고, 비난받을 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두려워했다.
그를 러셀이나 웨스트에 비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
BILL BRADLEY : 그는 그의 STAT에 대해서 그의 능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그를 지도록 만들었다.
BUTCH van BREAD KOLFF : 러셀과 WILT의 다른 점은 이런 거다. 러셀은 ‘내가 팀메이트들을 어떻게 하면 더 잘하게 만들 수 있지?’ 라면, WILT는 ‘나에게 가장 좋은 상황은 뭐지?’
JERRY WEST : 나는 러셀이 더 낫다고 믿는다. 물론 난 정말 WILT가 이룬 것을 존경한다. 하지만 그는 당신에게 맞춰주지 않는다. 당신이 맞춰야만 한다.
JERRY LUCAS : WILT는 기록을 세우는데 소모되었다. 예를 들어 어시스트 순위, 필드골 성공률 같은 것들. 그에 반해 러셀은 하나만 물었다. “우리가 이기기 위해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쯤 들으면, 이제는 제3자의 말보다 당사자들의 육성도 궁금해집니다.
BILL RUSSELL : 내 생각에 WILT는 그가 농구에서 무엇을 원하는지 종종 갈등을 겪는 것 같았습니다. 커리어 동안 플레이 스타일을 자주 바꾸는 사람은 아마도 그가 추구하는 목표가 뭔지 확실히 못 정한 사람이겠지요.
WILT : 빌은, 너무 경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지. 그는 거의 모든 경기 전에 라커룸에서 토했어(threw up). 하지만 나는 농구를 게임으로 받아들였다고. 죽고살기가 아니라.
[BIll, 넌 너무 진지해...부담돼...]
농구라는 경기를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가?
농구에 얼마나 진심일 수 있는가?
능력 뿐만이 아니라 의지, 끊임없는 열정, 우승에의 집착
이것이 없는 WILT를 감히 GREAT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
3. WILT와 RUSSEL의 비교
WILT | RUSSEL |
재능의 우위 | 팀의 승리의 우위 |
스탯 괴물 | 팀메이트에 보다 나은 영향 |
정규 시즌용 | 플레이오프용 |
클러치에서 약한 모습 | 클러치에서 날라다님 |
빅 게임에서 다 짐 | 빅 게임을 다 이김 |
한 시즌 평균 50득점 | 동료로부터 뽑힌 가장 가치있는 선수MVP |
두 번의 트레이드 | 트레이드? 그런 거 없음 |
스탯에의 집착 | 승리에의 집착 |
팬, 언론 | 팀메이트 |
고교, 대학시절 우승경험 없음 프로에서 2번 우승 | 고교, 대학시절 우승경험 있음 프로에서 무려 11번 우승 |
혹시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WILT의 STAT을 근거로 반박하실 것을 생각하여 자료를 부연합니다.
WILT v. RUSSEL = 58승 84패
WILT의 엘리미네이션 전적 : 10승 11패
RUSSEL의 엘리미네이션 전적 : 16승 2패
GAME 7 성적
WILT : 4승 5패
RUSEEL : 10승 0패
WILT의 컨퍼런스 파이날 및 파이널 : 48승 44패
RUSSEL의 엘리미네이션 전적 : 90승 53패
그리고 거듭 강조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WILT : 2번의 우승
RUSSEL : 11번의 우승
4. 결론
뒷심은 여전히 부족하네요. A4 4장 넘어가길래 너무 길다 싶어서 이만 쓰는데,
사실 KAREEM과의 비교도 쓰고 싶었거든요.
이 글을 쓴 목적은, WILT가 이룬 것에 존경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농구는 팀스포츠이며, 위대함이란 승리, 그리고 그 정점인 우승이
정말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새삼 짚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글이 가능하다는 이유자체가 WILT의 업적이 대단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개인 STAT에 있어서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다만, 이러한 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는 것이 팀스포츠 농구의 정신에 더 부합한다고 믿습니다.
이 글은 'THE BOOK OF BASKETBALL(빌 시몬스)' 책에서 나온 정보를 편집하고 제 나름의 견해를 덧붙여 작성한 것입니다.
부족한 점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36
Comments
감사합니다. 좋은글 잘봤습니다. 정말 100%공감합니다